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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치유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일과 도시에서의 바쁜 삶에 치여 지쳐 있었을 무렵이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야마가타현의 자오산으로 작은 배낭 하나를 매고 훌쩍 떠났다.

야마가타현의 자오산 산기슭에 위치한 작은 온천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치 다른 세상에 놓여진 듯 느껴졌다. 바삐 걸어 다녀야 하는 내가 사는 도심과는 달리, 느긋하게 걸어서 마을을 전부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소박한 마을.

따스한 옛 정취가 배어있는 자오에, 야마카타를 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예술 작품들이 젊음의 활기참도 더해주었다. 타카미야 루리쿠라 리조트에서 자오의 밤하늘을 모티브로 한 낭만적인 벽화를 볼 수 있었다.


마을 곳곳에는 온천수가 흐르는 하천이 수증기를 모락모락 내뿜으며 생명력 있게 흐르고, 유황 온천의 냄새가 코 끝을 자극했다. 마을에는 온천수가 흐르는 하천 시작해, 작은 가게들, 유서 깊은 료칸들, 그리고 징기스칸 가게가 간간히 보였다.

자오에서 먹은 첫 음식은 오래전부터 자오에서 유명한 징기스칸이다. 음식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오감을 통해 알 수 있게 해준다. 둥근 철판에 양념 되지 않은 생 양고기를 구워먹는 징기스칸은 야마가타에서 처음 시도되었다고 한다. 자오산에 스키장이 들어서기 전, 양떼 목장이 마을 곳곳에 있었고, 신선한 양고기를 맛있게 굽기 위한 철판이, 철물산업으로 유명한 야마가타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로프웨이를 타고 가을로 물든 산자락과 해발 900 고지에 작게 만들어진 마을을 내려다보며 더 높은 산 중턱으로 올랐다. 오후의 햇살 줄기에 산자락과 마을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반짝거렸다.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도 있었지만, 독고누마라고 하는 호수를 둘러보는 산책로 코스를 골랐다. 가을의 쌀쌀하고 가벼운 산 공기를 들이 마시고 내쉬며 상쾌한 기분으로 트레킹을 시작했다. 평탄하게 뻗은 걷기 좋은 산책로를 걸으며 발에 밟히는 붉은 단풍과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만들어내는 그윽한 분위기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꼈다.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푸른 독고누마 호수가 비추는 붉은 단풍잎을 들여다 보았다. 가벼운 바람결에 호수의 표면이 흐트러지며 단풍의 빨간색과 노란색이 색을 섞다가, 다시 바람결이 고요해지면 단풍이 선명하게 돌아왔다.


다시 마을로 돌아와 뽀얗고 유황의 냄새를 풍기는 온천에 잠시 몸을 담갔다.

자오 온천마을의 역사는 1,900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씨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인간에게 휴식의 공간을 내어주고 인간을 치료해주었던 자오 온천. 이곳의 온천수는 인간이 굴착 공사로 개발한 곳이 아닌, 드물게도 자연적으로 솟아오르는 온천이다. 자오 온천은 옛사람들에게는 뜨겁고 새콤한 맛이 나는 신비로운 치료의 샘물이지 않았을까.

마을 곳곳에 5종류의 온천 수원지가 있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다. 자오의 온천은 pH 1.6의 높은 산도의 유황온천으로, 해독작용, 피부병, 피로회복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미인의 온천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천연 온천이기에 찬물을 섞지 않아 온천의 온도가 45도 정도로 다소 뜨거웠다. 평소 샤워하는 물보다 뜨겁고 향기로운 물은 아니었지만, 자연 그대로의 온천에 잠겨있으며,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의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었다. 너무 뜨거우면 찬 공기로 몸을 식히고, 다시 뜨거운 온천수가 그리우면 몸을 담근다. 단순하고 가장 본능적인 행위.

입욕을 마치고 하룻밤을 머물 료칸에 해질녘이 돼서야 돌아왔다. 오카자키씨 가족이 7대를 이어 운영하는 작은 료칸.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여주인이 손수 준비한 저녁밥을 내주었다. 자오산에서 나는 산채와 버섯 그리고 야마가타의 쌀로 만든 정성 가득한 일본식 저녁밥을 먹으며, 나는 왠지 모르게 엄마가 해주는 집밥을 떠올렸고 여주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치고 힘들다면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열중하고 최선을 다한 자신을 칭찬하며, 자연에서 잠시 한숨 쉬어가는 시간을 주자. 야마가타의 자오산에서 자연이 앞만 보고 달려온 나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었고, 자연의 은혜의 감사하며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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